경기불황의 여파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 대신 노역장 유치나 사회봉사를 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A(여·52) 씨는 지난해 초 남편이 죽은 뒤 가세가 기울자 지인으로부터 빌린 1000여만 원을 갚지 못하게 됐고 결국 고소당했다. 결국 재판을 통해 A 씨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마저도 갚을 길이 없자 노역장 생활을 택하게 됐다. A 씨는 “법원이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두 아이의 양육 문제 등을 이유로 200만 원 벌금형으로 선처해줬지만 이마저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술에 취해 다른 사람과 시비 끝에 주먹을 휘두른 B(62) 씨 역시 벌금 50만 원을 부과받았지만 노역장 유치를 택했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던 B 씨는 결국 하루 5만 원을 깎아나가는 식으로 10일 동안 노역장 생활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벌금 대신 노역장 유치 혹은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된 유치집행액은 3조4785억여 원으로 지난 2008년의 3조3108억여 원에 비해 3년 새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액수는 지난해 전체 벌금조정액(법원 선고액에서 미결구금일수에 따른 삭감액 등을 계산해 조정한 금액) 5조5114억여 원의 63%에 해당하는 수치로 2008년 57% 수준이던 유치집행액 비율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징수되는 벌금의 상당 부분이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으로 활용되는데 미수납액이 증가할수록 재원이 줄어드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