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취업난 등으로 인해 피해망상 등 각종 망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범죄로까지 이어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지난 10월 경남 거제시 고현동 거제교육지원청 도서관에서 흉기를 들고 학생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황모(29) 씨를 검거했다. 사건 직후 경찰이 인제대병원에 황 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한 결과 오랫동안 구직에 실패한 황 씨는 피해망상, 과대망상 등의 질환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8월 서울 강북구에서는 다니던 공장에서 직전에 해고된 권모(47) 씨가 자신을 정신병원에 보낼지도 모른다는 피해망상에 휩싸여 부친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피해망상, 과대망상 등 각종 망상 장애로 치료받은 환자는 8443명으로, 지난 2010년의 8044명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상 장애는 판단력에 장애가 생겨 현실에 맞지 않은 망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가장 흔한 형태인 피해망상은 자신이 음모의 대상이 되거나, 속임을 당하고 있다거나, 어떤 장기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방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망상 장애 환자들이 원망과 분노를 반복하다 자신이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이 커지면 타인에게 폭력적으로 돌변한다는 점이다. 법이나 정부기관에 호소해 자신의 피해의식을 해소하려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불황으로 취업이나 사업 등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제 활동의 주연령대인 20∼40대를 중심으로 각종 망상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정석(정신과) 보라매병원 교수는 “불황이 망상 장애 환자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망상 장애 환자는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어렵고 치료받는 비율도 낮아 묻지마 폭력 등의 형태로 발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