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단일화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민주통합당의 혁신을 들고 나오면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등 인적 쇄신 카드를 언제쯤 빼어 들 것이냐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단일화 협상 재개를 명분으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결단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협상팀 일부 교체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단에서 거론된 선대위원장단 총사퇴 카드 등도 문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꼽히고 있다.

문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쇄신책으로는 이-박(이해찬-박지원) 퇴진 카드가 꼽힌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사퇴시키면 안 후보 측은 물론, 당내 비주류들도 더 이상 문 후보의 쇄신 의지를 문제 삼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이 결국 사람을 자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은 비겁하다”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박 퇴진 카드를 써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을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는 명분이 생긴 만큼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결단하는 모습을 연출할 조건도 갖춰졌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당내에서는 노골적으로 안 후보 지지를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등 2002년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결성에 견줄 만한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박 퇴진 등 인적 쇄신을 넘어, 안 후보를 민주당 의원총회에 초청해 의원들이 두 분을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등 민주당이 배타적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철·김덕규·박상천 등 ‘2013 정권교체와 민주헌정 확립을 희구하는 전직의원 모임’ 67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소속 전·현직 의원이나 당직자 등이 안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 일종의 해당행위로 간주해온 민주당 내부방침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성준 대변인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패권주의는 없으며, 설령 패권주의가 있더라도 그것이 안 후보 측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며 “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의제가 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에서 “협상단 일원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협상단 일부 교체 카드도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저쪽에서 계속 문제를 삼는다면 문제가 제기된 인사를 교체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그럴 경우에는 안 후보 쪽에서도 민주당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인사를 교체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도 전날 경남 창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실제로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협상팀 교체)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대위원장단 총사퇴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다.

진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단일화 협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든 하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선대위원장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