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택시기사와… 안철수(오른쪽) 무소속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기사식당을 방문, 택시기사들과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한 차량의 앞유리를 닦아주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실상 단일화 룰 협상 재개를 위한 요구 조건을 밝힌 것은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선 쇄신 조치 후 후보들 간 회동’을 내걸면서 대선 후보등록 시점을 10일 남겨놓은 촉박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 민주당이 할 일이 있다”면서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문 후보가 확고한 당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시면 바로 만나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단일화 협상이 재개되기 위해선 문 후보가 직접 나서 민주당 새정치위원회에서 만든 당 쇄신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같은 과정 이후 두 후보가 다시 회동해 협상 재개 선언을 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안 후보는 보다 구체적인 협상 재개 조건을 밝힌 것은 단일화 협상 중단 이후 안 후보 측의 협상 중단 선언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에 앞서 자신이 두 달 전인 9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밝혔던 선언문을 정독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저는 먼저 정치개혁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출마 선언문을 다시 소개했다.

즉 안 후보는 사실상 출마 선언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민주당의 정치쇄신을 전제로 단일화 협상에 다시 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여론의 비난을 의식, 협상 재개의 공을 민주당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관심을 모은 인적 쇄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선숙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당 내부의 혁신과제로서 제기된 바가 있고 새정치위원회에 제출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그 내용들에 대해 우리가 열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민주당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 수면 위로 드러난 공식 멘트와는 달리, 수면 아래서는 인적 쇄신, 특히 이해찬 대표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기대 섞인 발언들이 안 후보 측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민주당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이해찬 대표와 친노 세력들의 존재가 단일화 과정과 본선 경쟁, 그리고 더 나아가 양 후보 측이 대선 이후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노 세력이 예상을 뒤엎고 번번이 승리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런 뒤 본선에서 패배한 일이 많았다는 것은 단일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만용·이화종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