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자 회동을 제안하고 문 후보가 환영 입장을 밝힘에 따라 3일째 중단됐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후보가 여전히 ‘선(先) 당 혁신 의지 피력, 후(後) 회동’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만나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두 후보 간 담판을 통해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파행 우려까지 낳을 정도로 고조됐던 양측의 갈등이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안 후보가 이날 문 후보와 민주당 쪽에 한층 구체화된 요구사항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민심의 대전환을 이끌어 낼 것 ▲이미 제기돼 온 민주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길 것 ▲문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뭘 혁신할지는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얘기해 온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안 후보는 이와 동시에 단일화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 실현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마음에 실망과 상처를 남겨선 안 된다” “새 정치와 정권 교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책무가 저와 문 후보에게 있다” “국민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향후 양측 협상의 향배는 문 후보와 민주당 쪽에서 안 후보의 요구에 어떤 해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요구 사항은 민주당 내 인적 쇄신, 과도한 조직 동원 중단, 협상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문 후보가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해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문 후보는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일화 협상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양 후보 측에서 늦어도 이번 주말, 이르면 이날 중 협상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