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600명이 기업을 옥죄는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졸속 입법 중단을 촉구하며 긴급 시국선언을 하고 나섬에 따라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입법 경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경제문제가 ‘정치화’할 경우 정치와 경제 모두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는 경제적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경제 간섭’은 고난의 길을 헤쳐 나가야 할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경제 민주화’ 논란은 경제를 ‘정치화’한다는 것”이라며 “경제문제에 대해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경제도 안 되고 정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이 ‘경제 민주화’라는 이상한 구호에 휘말려 정책을 내놓으면 그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정책은 어디까지나 경제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석(경영학) 홍익대 교수도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는 경제 민주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경제라는 것은 얼마나 생산을 효율적으로 많이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타협과 분배가 주를 이루는 민주주의가 경제와 결합하면 결국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게 돼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를 ‘민주화’라는 개념과 엮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좌승희(경제학) 서울대 교수는 “경제는 신상필벌에 의해 발전하는 것인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성과를 나눠 주자며 민주화하자는 건 결국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며 “경제는 결코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기업은 수직적 명령체계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인데 이 역시 민주화될 경우 기업은 유지될 수 없다”며 “경제와 기업의 본질에 무지한 사람들이 경제 민주화에 대해 논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노부호(경영학) 서강대 명예교수 역시 “기업과 국가, 국민들이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의 움직임은 시대정신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식인들은 결국 경제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장관은 “이제까지 국민들에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선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경제문제는 경제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 해결책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환·노기섭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