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쏟아져 나오는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이 ‘기업가 정신’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기업들을 옥죌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의 고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경제 민주화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좌승희(경제학) 서울대 교수는 “기업 생태계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 논의는 성장하는 기업을 역차별해 기업의 경제발전 기능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 교수는 “기업은 경제 활동의 집합체이자 수직적 명령의 조직체인 만큼 기업 경영이 민주화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훈(경제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이제 막 정부주도적 따라잡기(catch-up) 과정을 마치고 창의와 혁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의 기업가 정신이 정부의 개발 정책을 대체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설정한 경로에서 일탈하는 낭비를 엄격히 단속하던 과거 규제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발상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국가 경제의 선도에서,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현되도록 경제적 자유와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벌 문제는 법치의 사각지대가 경제적 약자로 하여금 자기 방어를 포기하도록 방치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며 “경제적 약자에게 적절한 자기 방어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새로운 규제로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경제 민주화 법안은 기업가 활동의 대부분을 범죄로 만들어 기업가 정신의 발양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악법”이라며 “기업을 죽이는 여러 방법 중 최악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