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홍콩 운동가들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상륙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묘한 외교적 이중 잣대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상륙해 중국 오성홍기를 걸고, 중국국가를 부른 홍콩 운동가들을 사건 이틀 만인 17일 강제 송환한 반면, 독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강행하고 나섰다. 중국에 대해서는 로키(low-key·저자세),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이 같은 이중잣대의 출발점은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다. 당시 일본은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충돌한 중국인 어선 선장을 체포하고 국내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중단하면서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결국 일본은 선장을 풀어주고 외교적 백기를 들었으나 중국은 일본의 거듭된 정상회담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는 그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왕궁 만찬회가 끝난 뒤 복도에서 20분간 만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에 일본이 홍콩 운동가들을 빨리 강제송환키로 한 것도 이번 사건이 2010년 분쟁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일본의 대 중국 외교라인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자세가 된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 대한 수모도 수모려니와 중국이 이 사건을 계기로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본격 주장하고 나선 것도 문제였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당시 양국 간 분쟁이 소란해지면서 센카쿠 열도가 일·중 간 분쟁지역으로 각인된 사실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센카쿠 열도 사건의 여파와 반작용이 모두 ‘독도’로 향했다는 점이다. 먼저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자존심이 심하게 상한 일본에서는 이후 영토 문제가 정계의 주요 이슈가 됐고, 일본 정부가 영토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운동가의 센카쿠 열도 상륙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동시에 터지자, 둘 중 한쪽에는 강경 자세로 대응해야 했던 것. 결국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에 대한 강경대응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2010년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중국의 분쟁화 전략에 패한 일본이 이 국제분쟁화 전략을 독도문제에 적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