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경색되는 가운데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직접적인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에 한국 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수입·판매해 온 일본의 주요 유통기업과 상사 등이 한국 신상품 출시를 전면 보류하는 등 한국 상품 판매 기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식품 대기업 A사의 일본법인 관계자는 17일 “일본의 주요 유통회사·상사 등이 한국 상품의 신제품 출시와 판촉 활동을 전면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경영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일본 주요 매체에서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연일 한·일 문제를 다루는 등 일본인의 한국을 바라보는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이후로 반한 감정이 좀처럼 누그러질 줄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상품을 일본에 공급하는 관문 격인 일본 유통·상사 등의 이같은 태도가 장기화되면 향후 한국 상품의 일본 시장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일본에 자사 상품을 수출 중인 소비재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장 자체에서 한국 상품 판매가 급감하는 등의 현상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한국 식품과 화장품, 휴대전화 등의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과정에서 일본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라도 시작된다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이미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B사 관계자는 “일본인의 경우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습성이 있어 식당 출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일지, 장기화될지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을 이끈 한국 콘텐츠의 일본 진출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류의 일본 문화 잠식을 비판하는 일본 내 여론이 거세지자 일본 위성방송사 등은 시청자 반발이 우려된다며 한국 드라마 방영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