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 입장을 밝히는 한편 독도를 비롯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다루는 영토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한국과 독도, 중국과 센카쿠열도, 러시아와 쿠릴열도 분쟁을 동시에 치를 체제 정비에 나선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정권은 주변 3개국과 분쟁을 치러야 하는 대외적 부담은 안게 됐지만 대내적으로는 영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통한 정치적 구심력 회복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국의 위협을 전면에 내걸고 한-러 영토 전쟁을 후방에 배치해 군사력 증강 작업도 내놓고 벌일 수 있게 됐다. 다만 한국, 중국, 러시아라는 상대국 및 실효지배 상황의 차이로 3개 전쟁에 임하는 전략은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ICJ 제소를 통한 국제분쟁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실효지배 강화, 쿠릴열도에 대해서는 외교력 총동원으로 요약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에 따르면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11일 “한국에 대한 배려가 불필요해진 만큼 ICJ 제소 검토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을 포함해 일본 정계 내에서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속에서도 정치권이 ICJ 제소를 공식화하는 것은 국제분쟁화가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2010년 자국 경비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 사건 이후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센카쿠열도 인근에 순시선 배치를 늘렸고, 미·일군사훈련에 센카쿠열도 지역을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계획도 밝혔다. 이어 노다 총리는 최근 “센카쿠열도를 포함해 우리 영토나 영해에서 주변국에 의한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필요에 따라 자위대를 이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릴열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조용한 대응이다. 러시아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데다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평화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한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