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재득(오른쪽) 성동구청장이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학부모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 키우기는 성동구가 제일 좋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난 8일 오후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행당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의 어린이집을 찾았다. 조약돌 같은 아기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고 구청장을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학부형 대표, 어린이집 원장 등 아파트 주민들이 구립 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들을 내놨다.

입주자 대표인 안영(67) 씨는 “주민들이 아파트에 들어올 당시 민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겠다는 신청자들도 많았지만 입주민들이 다함께 아이들을 키운다는 뜻으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학부모인 유선미(여·30) 씨도 “구청에서 직접 관리를 하니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데다 월 보육료도 6만 원 수준에 불과해 사설 어린이집보다 한층 더 경제적”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민들이 의견을 말하는 동안 아이들에 둘러싸인 고 구청장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집에 배정된 예산을 절감해 확보한 금액은 아이들에게 유기농 급식을 제공토록 했다”고 밝혔다.

사설 어린이집과 달리 남는 수익을 모두 아이들 보육 환경 개선에 재투자하는 형태다.

성동구는 올해 입주하는 신규 아파트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어린이집들에 대해 국공립화를 추진해 8월 중 2개소, 연말까지 총 5개소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 3개월 동안 공동주택보육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서울시와 함께 공동주택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방안을 마련해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32개소를 신규 확충키로 결정했다. 2015년까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24개 아파트단지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일반 주택지에 8개소를 더해 3년간 총 32개소를 확보, 공보육 분담률을 현재 35%에서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고 구청장의 목표다.

이처럼 고 구청장이 육아 복지에 몰두하는 이유는 ‘아이들 키우기 좋은 곳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지론 때문이다.

고 구청장은 민선 5기를 시작하며 다소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구정을 책임졌던 3기(2002∼2006년) 당시의 구 인구가 34만 명 정도였는데, 4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이곳의 인구는 3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개발로 인해 기존에 살던 주민들 대부분은 외지로 빠져나갔지만 빠져나간 만큼 그 자리가 채워지지 못했다.

사실 강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설 및 환경을 단기간에 개선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고 구청장은 원주민들이나 새롭게 정착한 젊은 부부들이 성동구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살게 하기 위해선 이들이 편하게 아이를 키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보육 만족도가 높은 주민들이 결국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민선 5기 반환점을 돈 고 구청장의 생각이다.

고 구청장은 “거창한 복지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사소하지만 정말 주민들이 필요한 부분을 먼저 해결해 주는 게 구정의 본질”이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전국 5.3%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구의 공보육 분담률 확대는 분명 획기적인 시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