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덕열(가운데)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30일 지역 내 장애 자녀를 둔 차상위계층 가정을 방문해 음식을 나누며 이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무거운 짐을 질 때 지팡이 하나만 있으면 쉽게 일어설 수 있듯, ‘희망의 1대 1 결연’ 사업도 저소득 주민에게는 희망의 지팡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0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한 연립주택.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양손에 떡볶이와 김밥, 수박을 사들고 연립주택 3층 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50대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뛰어나와 유 구청장을 반갑게 맞았다.

이날 유 구청장이 찾은 가정은 이른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 김모(여·56) 씨는 장애인인 30대 아들·딸을 부양하고 있다. 아들은 지적장애 2급이고, 딸은 뇌병변 4급이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들에게 매월 나오는 장애연금 14만 원이 전부다. 남편이 막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부양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연립주택 보증금 6000만 원이 있다 보니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날도 유 구청장은 “남편이 요즘 어느 공사장에서 일하느냐”, “집은 덥지 않으냐”, “자녀들이 뭘 배우고 있느냐” 등 사소한 부분들까지 김 씨에게 물었고, 그의 이야기를 메모했다.

하지만 구청 차원에서 ‘똑 부러지는’ 지원책을 내놓기 어렵다. 그래도 유 구청장이 시작한 ‘희망의 1대 1 결연’ 사업은 반응이 좋다.

이 프로그램은 구청 및 동사무소 직원 1명이 취약계층 1가구와 결연을 맺어 이들과 꾸준히 소통·접촉하는 것이다. 금전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생계, 직업, 주거, 건강, 교육, 양육 등 분야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는 복지 프로그램이다. 유 구청장은 “이들의 이야기를 공무원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이 이들의 사정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아 차상위계층 주민들이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민선 2기 시절부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희망결연 상담 매뉴얼을 제작하는 한편, 민간단체와 희망복지협약도 체결하는 등 취임 2년간 이들의 복지 지원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유 구청장은 “올해 하반기에 종교단체, 복지재단, 의료재단 등과 연계해 복지사각지대 주민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신(新)복지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재임 중 복지사각지대 해소 하나만큼은 이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구청장은 “공직의 기본은 청렴과 친절”이라고 힘줘 이야기했다. 공직자들이 청렴함을 유지할 때 주민을 친절히 섬길 수 있으며 그들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300명 구청 직원에게 끊임없이 이 점을 강조한다. 그 결과, 올해 창원에서 열린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청렴공약 분야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은 2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구민들에게 약속한 게 많아 이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연되고 있는 이문 차량기지 복개공사와 경전철 역세권 특화상권 개발 등 7개 사업은 올해 중 착수할 예정이지만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실적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구민이 체감할 수 있고 실용성 있는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답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