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일 베트남 호찌민 하이바쯩에 있는 뚜레쥬르 베트남 1호점에서 현지인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제3의 CJ를 베트남에 건설하라!’ 지난 20일 오후 땡볕이 내려쬐는 베트남 호찌민의 패션거리인 하이바쯩에 자리잡은 뚜레쥬르 베트남 1호점. ‘오토바이 천국’답게 매장 앞 보도블록에는 고객들이 세워놓은 오토바이 수십여 대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서 있다. 이 매장 하루 매출은 한국 요지에 있는 매장 하루 매출 수준인 400만 원선이다. 옛날 빵집 대신 카페형 베이커리를 선보이면서 숨겨진 현지인들의 수요를 잡아낸 것이다. 전날 CJ오쇼핑의 베트남 합작사인 SCJ홈쇼핑의 호찌민 콜센터는 다급한 분위기였다. 밀려오는 제품 주문 전화에 업무 마비 직전까지 갔다. 깜짝 할인상품 ‘아이디어 회전식 물청소기’가 시중 판매가보다 5만 동(2500원가량) 더 싸게 판매되자 주문이 대거 몰린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엄주환 CJ오쇼핑 SCJ법인장은 “한 달 만에 1만2000여 개가 팔렸는데 베트남 전체에 팔리는 물량에 맞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CJ그룹은 베트남 시장에서 자사 3대 생활문화 사업인 베이커리와 홈쇼핑, 극장 시장의 ‘연내 동시 1위 석권’에 도전한다. CJ는 1996년 베트남에 첫 사무소를 개설한 후 베이커리와 홈쇼핑, 극장, 물류, 사료, 농수산물 소싱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J는 홈쇼핑과 극장가에서는 단숨에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CJ는 지난해 베트남 영화 배급 및 상영관 1위 회사인 메가스타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SCJ홈쇼핑은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서 24시간 방송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뚜레쥬르는 연내 1위에 도전한다. 최등용 CJ푸드빌 베트남법인 경영지원팀장은 “점포 수를 현재 17개에서 연내 30개로 늘린 데 이어 가맹사업에도 진출, 향후 3~5년 내에 100개까지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J GLS는 지난해 7월 국내 물류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등 9개 주요 도시에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CJ가 이처럼 베트남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연평균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으로 CJ그룹의 주력사업인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외식, 홈쇼핑 등 문화산업과 맞아떨어진다.

CJ그룹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중국에 진출해 ‘제2의 CJ’ 안착을 기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아시아와 미주를 넘어 유럽까지 해외 진출의 폭을 넓히고 있다. CJ푸드빌의 비빔밥 브랜드인 ‘비비고(Bibigo)’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최근 세계 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인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 각각 진출했다. 국내 외식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처음이다. CJ오쇼핑은 올해 하반기 320만 달러를 투자, 터키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CJ 브랜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CJ그룹의 글로벌 매출은 1조6560억 원으로, 올해 글로벌 매출은 약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6조1987억 원에 견줘 29%가량 늘어난 수치로, 2007년 이후 5년 만에 4.6배로 급증하는 셈이다. 올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도 28%를 넘길 전망이다.

CJ그룹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 18개 국가 67개 도시에 진출해 132개의 현지 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해에 견줘 진출 국가는 2개, 도시는 24개가 늘어났다. 국가별로 보면 법인 및 사무소는 중국에 52개로 가장 많으며, 이어 베트남 15개, 일본 10개, 인도네시아 8개, 홍콩과 싱가포르 각 3개 등이다.

CJ그룹은 올해 6100억 원을 글로벌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3600억 원에 비해 69% 급증한 규모다. 이를 통해 CJ그룹은 “2013년 매출 38조 원, 해외 매출 비중 35%를 달성해 글로벌화의 기반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CJ그룹은 1988년 CJ제일제당이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라이신(사료첨가용 필수 아미노산) 생산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에 나섰다. 2000년대 초부터는 미래 성장 기반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CJ오쇼핑과 CJ푸드빌, CJ CGV 등 모든 계열사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등에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고 해외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CJ그룹은 2006년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정하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의 해외 진출을 본격 시작했다.

호찌민(베트남) = 글·사진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