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종필(왼쪽 두번째) 서울 관악구청장이 지난 19일 신림동 평생학습관에서 북아트 지도자 과정에 참여한 구민들과 함께 강사로부터 북아트 제작법을 배우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제일 좋은 도서관입니다. 구민들에게 걸어서 10분 거리의 작은도서관 40개를 만들어 드릴 겁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평생학습관에서 만난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구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북아트 지도사 과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구청장에 취임하기 전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한 유 구청장은 관악구에 도서관을 많이 설치해 ‘지식과 정보가 나비처럼 자유로운 관악’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 구청장이 지난 19일 현장점검에 나선 북아트 지도사 과정은 아이들에게 보다 재미있게 책을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업에서는 스토리가 담긴, 입체감 있는 책을 직접 만드는 방법이 주로 강의된다. 유 구청장은 북아트 지도사를 꿈꾸며 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평생학습관을 찾은 구민들에게 “책을 재미있게 읽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유 구청장은 “큰 도서관 하나를 건립하는 것도 좋지만 재정상황이 충분하지 않다면 작은 도서관 여러 개를 설치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관악산 매표소를 리모델링 해 도서관으로 만들었고, 낙성대공원에는 컨테이너형 작은 도서관을 설치했다. 관악구에 작은 도서관들이 잇달아 문을 열어 당초 4개에 불과하던 공공도서관이 17개까지 늘었다.

또 유 구청장은 15개 도서관 29만 권의 장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도서 검색과 대출·반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도서관 운영 서비스와 지하철역 무인도서 예약대출기도 설치했다.

유 구청장은 관악구를 베드타운(bed town)이라고 설명했다. 20∼30대 젊은층 비중이 40%에 이르지만 대다수가 강남이나 구로디지털단지 등으로 출퇴근해 경제적 기반이 다른 지역보다 열악하다는 것.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한 거창한 공약을 내걸지는 않았다.

“그럴듯한 하드웨어보다는 실질적인 소프트웨어에 힘을 쏟는, 사람 중심 관악특별구 만들기가 목표”라고 말하는 유 구청장은 “지도를 펴놓고 도로를 놓겠다, 지하철 노선을 확장하겠다, 뉴타운을 해주겠다는 등은 사실 구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할 수 있는 태반이고 뉴타운 정책 같은 것은 집을 가진 사람들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구청장의 권한은 아니라는 얘기다. 유 구청장은 대신 “달라진 관악구의 문화를 주민들이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지식문화 도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구가 지난 2010년 11월 지식경제부로부터 관악에듀벨리(Edu-Valley) 교육특구로 지정받은 이후 유 구청장은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소외계층 교육격차를 해소하는데 매진했다. 초·중등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175일을 이용한 ‘175교육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자기주도 학습, 특기적성 프로그램, 서울대학생과 연계한 멘토링 등 창의적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학생들만 현재까지 1만5761명에 이른다. 또 유 구청장은 서울대와 학·관 협력사업으로 교육·문화예술·지역경제·자원봉사 등 총 9개 분야 69개 사업을 추진하여 23개 사업을 완료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