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경기 양주목에 전장(田庄) 등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었던 해주정씨 대종가는 조선시대 왕실과 혼인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양반 가문이었다. 해주정씨와 조선왕실의 인연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상 해주정씨의 중시조라고 할 수 있는 정역(鄭易·?∼1425)이 조선 태종 이방원과 1383년(우왕 9) 과거 동기(동방)였던 것. 이방원이 태종으로 즉위하면서 조선왕조에 다시 출사한 정역의 큰 딸이 태종의 둘째아들이었던 효령대군(1396∼1486)과 혼인하고 손녀도 세종의 여덟 번째 아들인 영응대군(1434∼1467)과 결혼하게 되면서 연이어 왕실과 혼맥으로 연결된다. 또 정역의 손자 정종은 문종의 딸인 경혜공주와 혼인했다.

정종은 단종 복위운동에 연루돼 죽임을 당하지만 정종의 아들 정미수가 중종반정에 참여해 정국공신이 되면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해평부원군(海平府院君)으로 봉군된 정미수를 시작으로 8대가 봉군되면서 조선후기까지 명문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정종의 5대손인 정효준 자신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지만 다섯 아들과 장손 정중휘가 문과에 급제해 조선의 명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1656년 효종은 정효준에게 해풍군(海豊君)으로 정미수의 군호를 습봉하게 했다. 도승지와 경기·경상도 관찰사 등을 지낸 정종휘는 해흥군(海興君)에 봉해졌다.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학자료연구실장에 따르면 조선전기 훈구파로 출발한 해주정씨는 16세기 북인 계열에 몸담았다가 17세기 인조반정 이후 근기(近畿) 남인에 편입된다. 김 실장은 “남인이 실세한 갑술환국(1694년) 이후에도 해주정씨들은 줄곧 벼슬길에 오르고 있음이 고문서 교지류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