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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업체인 한라공조의 대주주인 ‘비스티온’이 공개 매수를 통한 한라공조 상장 폐지를 추진하면서 외국계 금융자본에 의한 국내 알짜기업의 ‘국부 유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스티온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가진 비스티온은 지난 5일 상장 폐지 요건을 갖추기 위해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스티온은 상장 폐지 후 한라공조 설비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보다 큰 문제는 비스티온의 이번 공개매수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해외 매각 등을 통해 ‘국부 유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라공조 노조와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증권가에서도 “비스티온의 대주주인 사모펀드들이 고배당과 매각을 노리고 상장 폐지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라공조 상장 폐지로 공시 의무가 없어지면 해외 기술 유출과 설비 이전, 해외 매각 등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사전에 이를 견제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라공조 이익잉여금 1조2000억 원도 헤지펀드 등에 배당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라공조 지분 8.10%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스티온이 우호 지분을 모두 매수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95% 이상 지분이 있어야 가능한 상장폐지를 관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전량 지분을 매각하면 적지 않은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분 매각 뒤 ‘먹튀’ 논란이 발생하면 국민연금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국민연금 측이 면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입장은 정해진 게 없으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