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의 대주주인 외국계 자본 ‘비스티온’이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함에 따라 자칫 국부·기술 유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경제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라공조가 상장폐지될 경우 대주주가 외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알짜기업인 한라공조의 영업이익과 세계적인 기술을 해외로 빼돌릴 가능성이 있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경쟁력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등을 생산하는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보유한 비스티온은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로부터 주당 2만8500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린 뒤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라공조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비스티온의 이번 공개매수가 해외 매각 등을 통해 ‘투기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십 개의 헤지펀드들이 비스티온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노조 등은 파악하고 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이번 공개매수건의 ‘비토’권을 쥔 2대주주 국민연금이 외국 자본에 대해 견제 기능을 행사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스티온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개매수 결정은 비상장사 전환을 통해 신속한 의사 결정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책임 있는 대주주로서 1999년부터 모두 10억 달러를 투자해 한라공조의 차량용 공조 시스템 기술력을 증진시켜왔다”고 ‘국부 유출’ 논란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헤지펀드가 비스티온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조지 소로스 펀드’지분도 0.48%에 불과하다”며 “공개매수 방식 또한 비스티온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단기 차입한 ‘브릿지 론’일뿐”이라고 밝혔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