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탐험가 /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부키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에서 괴수를 찾아다니고, 원주민의 배를 타고 아마존 강을 탐험하는가 하면, 게릴라 병사의 안내를 받아 미얀마 정글지대에서 마약 비밀루트를 찾아 나서기도 했던 모험가이자 자칭 ‘오지(奧地) 작가’가 저자다.

어떤 주제든 가리지 않고 유머와 버무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논픽션’ 장르를 개척하겠다며 의기충천한 그가 모험을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으니 그게 바로 요통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축구를 경험하겠다며 안대를 하고 공을 차다가 고질이던 허리병이 급속히 악화된 것. 한 시간 정도 서 있거나 걷기도 힘들었다니 밀림을 걸어야 하는 오지취재는 엄두도 못 낼 일. 취재를 나가지 못하면 원고료도 없을 터. 저자는 요통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이 됐으며 ‘작가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책에는 저자가 원인이 불분명한 요통을 치료하기 위해 민간요법과 침구사, 병원 등을 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괴짜 선생님’들로 가득한 치료원과 병원을 난민처럼 방황했던 기록인 셈이다. 그렇다고 투병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서너 번이면 거뜬히 완치된다’며 솔깃하게 유혹하는 경추마사지사와 ‘모든 문제는 자세에서 온다’며 교정치료에 몰두하는 민간요법 시술가, 같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필름을 보고서 디스크라며 겁을 주는 의사와 디스크가 아닌 심인성 통증이라며 항우울증 약만 처방하는 의사 등을 전전한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저자는 갈수록 통증에 민감해지며 집요해지고 광적인 집착을 보이게 된다. 이런 저간의 과정이 오지탐험가인 그가 그동안 해온 모험과 다를 게 없다. 몸 안의 통증은 수시로 고개를 드는데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경험해 보지도, 가 보지도 않은 길들의 연속이다.

저자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모험을 떠나온 듯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본다. 환자를 교묘하게 설득하는 ‘선생님’들의 기교를 관찰하다가 엉뚱하게도 작가인 자신보다 높은 수입을 올리는 경추마사지가 돼볼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이런 저간의 과정이 저자 특유의 유쾌한 필치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저자의 요통 치유를 위한 모험의 끝은 어디였을까. 수많은 민간요법과 병원을 전전한 저자는 ‘애써 나으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는 해답을 찾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수영이다. 치료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수영을 통해 ‘자력 치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영을 시작해 재미를 들인 이후부터는 때때로 허리 통증을 잊고 살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환상처럼 기대하는 완치’가 아니라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