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초대형 홍보 장식물을 차량 지붕에 올린 나이트클럽 홍보차량들이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대형마트 앞 도로를 줄지어 지나가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지난 16일 오후 7시50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서울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 도로에 호박 모양의 광고물을 실은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 네 대가 줄지어 등장했다. 차 위에는 차보다 더 커 보이는 초대형 호박 모양 장식물이 올려져 있고 색색의 화려한 등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도로 통행량이 많아지는 주말 저녁에 4대의 홍보 차량이 한 차로를 점거한 채 천천히 달리자 그 뒤에 있던 다른 차량들은 차로를 변경해 앞질러 가기 일쑤였고 항의 표시로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있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지나가던 보행자들도 나이트클럽 광고에 눈살을 찌푸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근 서울 및 경기 일대에서는 늦은 오후만 되면 나이트클럽을 홍보하는 커다란 광고물을 실은 홍보 차량들이 일렬로 도로를 누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여성의 반라 사진과 선정적인 문구 등을 부착한 차량에서부터 대형 양주 모형 광고물로 장식한 차량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이 버젓이 도로 위에서 광고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차량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나 형광 네온사인을 붙여 돌아다니거나 교차로 등에 불법 주차해 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차량들 대다수가 관할 구청 등에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교통 안전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박모(여·55) 씨는 “가끔 운전하다가 나이트클럽 차량 뒤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높은 광고물 때문에 시야가 확보 안 돼 신호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게다가 홍보 목적으로 운행하는 차라서 그런지 지나치게 서행하는 바람에 뒤에서 답답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모(59) 씨도 “여러 대가 한꺼번에 같이 다니기 때문에 중간에 신호가 바뀌어도 무시하고 가는 걸 본 적이 있다”며 “가끔은 시끄러운 노래 등을 틀어놓는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보행자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 대다수가 상당히 선정적이고 화려한 광고물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홍보용으로 녹음된 내레이션이나 음악을 트는 경우가 많아 주변을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퇴근할 때마다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을 목격한다는 최모(39) 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여성들의 사진으로 장식된 홍보 차량을 보고 ‘저게 뭐냐’고 물었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던 적이 있다”며 “도시미관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이 볼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등에서 목격되는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 대다수는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광고 문구나 이미지 등 차량 광고물은 차체 좌우 면의 절반 이하 크기여야 하며 차에는 전기 조명시설 등을 설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호박이나 양주병 모양 등 돌출형 광고 모형을 달고 다니는 것 모두 불법으로 간주된다.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을 운영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규정에 따라 제작해 각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해야 하지만 대다수는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불법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법 홍보 차량에 대한 단속 책임이 있는 구청과 경찰에서는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수 서울시 도시디자인과 광고물정책팀장은 “구청에서 불법 홍보 차량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고 차적 조회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야간에 달리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구청 공무원은 경찰처럼 달리는 차를 세워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경찰도 불법 광고물 감시 업무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어서 각자 애로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불법 광고물 단속은 일차적으로 구청 업무인데다 지구대나 파출소는 신고 사건이 많아 광고물에 대한 단속이나 기획수사가 쉽지 않다”며 “신고가 들어오거나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단속을 하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 이런 업무까지 맡아서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홍보 차량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등은 아예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어 시끄러운 소음을 내도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단속에 어려움이 적지 않고 단속해도 비슷한 불법이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진일 노원구청 도시관리과 광고물개선팀장은 “틈날 때마다 단속을 하지만 자진 정비를 하게 해도 또다시 원래대로 차량을 불법 개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과징금을 부과한다 해도 대개 50만 원 안팎의 소액인데다 그마저도 1년에 2차례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처벌조항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