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통합진보당(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내내 바빴다. 오전 7시15분 KBS 1라디오를 시작으로 2건의 언론 인터뷰를 소화했고, 오전 10시에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서울로 올라와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구당권파의 이석기 ‘4·11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당선자를 만날 계획이다.

전날인 17일에도 강 위원장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 비대위 회의, 오후 단식 중인 한상렬 목사 위문 차 서울구치소 방문, 박지원 민주통합당(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예방,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그의 일정은 자정을 넘긴 0시25분 SBS TV 출연으로 끝났다.

지난 14일 취임 후 계속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 담긴 메시지는 ‘통렬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강도 높은 쇄신 약속’이다.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도,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16일)과 박지원 대표(17일) 예방 때에도 그는 굽히고 또 굽혔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선 “강기갑이 이렇게 합리적인 사람이었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회 폭력의 주범’이었던 ‘공중부양 강기갑’이지만, 구당권파의 꽉 막힌 행태를 접하고나니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기갑의 재발견’이다.

강 위원장이 구당권파와 대비되는 점은 ‘여론 민감성’과 ‘국민에 대한 경외감’인 것 같다. ‘진보정당이 갖춰야 할 성찰, 개혁, 혁신, 진보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는 대단히 높다’는 그의 트위터 글이 이를 대변한다. ‘당원이 뽑아줬으니 사퇴 여부는 당원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구당권파는 당내에서 가장 투쟁성이 강했던 강 위원장이 몸을 낮추는 이유를 새겨봐야 할 것 같다. 공천장은 당원들이 줬어도 국회의원 당선증은 엄연히 국민들이 줬기 때문이다.

오남석 정치부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