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과를 누구보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봐온 유럽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구제금융정책부터 중동민주화 사태, 리비아 공습작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패배는 곧 메르켈 총리의 대유럽 영향력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르코지의 재선을 직·간접 지원해왔던 메르켈로서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승리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부 외신들은 성급하게 ‘멜랑드(메르켈과 올랑드)’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지만, 유럽을 이끄는 양대 축인 양국 지도자들이 전 정권에서처럼 순조로운 협력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과 올랑드 당선자는 14∼16일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취임식 전후 비공식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측은 올랑드가 대선 승리 후 유세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 후보 때와 달리 정부 수반으로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EU 차원에서 최근 ‘성장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메르켈 총리 역시 기존의 강력한 긴축재정 노선을 다소 수정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3일자 기사에서 ‘멜랑드’ 시대의 첫 시험대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의장선출을 지목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6월 퇴임하는 장 클로드 융커 의장 후임으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각국의 경제 현안을 조율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이 문제는 이르면 이달말 또는 6월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올랑드의 공식 외교무대 데뷔는 18∼19일 미국 메릴랜드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올랑드는 이어 20∼21일 시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결과가 나온 6일 오후 곧바로 올랑드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이달 중 백악관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