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MB와 청와대서’ 최시중(왼쪽)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월4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며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년간 복합물류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대선과정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이번 사건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비리에서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극심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아직 관련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만큼 수사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과정에서 사용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이 돈을 사용했을 수는 있지만 이를 불법 대선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 논란으로 비화할 경우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국정과제의 마무리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국정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임기말 측근 비리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미 일부 핵심 참모의 비리 연루 사실이 드러나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지난해 6월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7월엔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했던 윤만석씨가 저축은행 브로커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8월엔 대선 캠프에 몸담았고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전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기소됐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도 금품 수수 혐의가 드러나 이미 구속된 상태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