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수반의 명칭과 통치제도는 국무총리제→대통령제→국무령제→국무위원제→주석제→주석·부주석제 등으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19년 4월 임시정부가 세워졌을 당시 국무총리제로 갔지만 그해 9월부터는 대통령제로 이행했습니다. 물론 그 앞에는 항상 ‘임시’라는 글자가 붙어 다녔죠. 이승만 초대 임시대통령, 박은식 2대 임시대통령 이런 식으로요. 박은식은 대통령 취임 후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어요.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에 워낙 독재를 해서 데어버린 모양입니다. 하하하. 박은식에게 ‘대통령제는 독재’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1인 권력체제에 대한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각책임제가 도입되면서 그 최고 수반은 대통령에서 국무령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총리 격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소수 권력에 대한 임시정부 내의 견제와 자기비판은 국무령제를 다시 국무위원제로 바꿔 놓았다. 이에 따라 외무·내무·군무·법무 등 5명의 국무위원이 돌아가면서 임시 수반 역할을 하는 제도가 한동안 이어졌다. 임시정부 막판에는 집권 정당의 주석이 국가 수반이 되는 주석제로 옮아간다. 이당치국(以黨治國), 당으로써 나라를 다스린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국가 수반의 명칭 변경 과정은 한편으로는 권력투쟁의 일면을 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 남용을 방지하려는 ‘힘의 내려놓기’ 과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 성격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스로의 감시 기능이랄까 통제력이 잘 발휘됐던 것 같아요. 이건 오늘날의 정치가 배워야 할 점이죠. 또 독립운동의 지형이 일반적인 정치지형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하는 독립운동이라서 그 나라의 영향을 받은 측면도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