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희곤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김희곤은 독립운동사 연구에 ‘미친’ 사람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명문 경북고 54회 졸업생이다. 고향에서 연구를 계속해 경북대에서 학사와 석·박사까지 모두 마친 순수 토종 국내파 학자다. 중국 상하이(上海)지역의 독립운동단체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독립운동 연구에 평생을 바치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담임교사 때문이었다. 교사가 ‘백범일지’를 한번 읽어 보라고 주문한 게 계기가 됐다. 평소 역사공부에 재미를 느껴온 터라 학생 김희곤은 ‘백범일지’를 찾아 산지사방으로 쫓아다녔다. “이승만 정권이 한때 정적이었던 김구의 책을 모두 회수해 버려 책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헌책방에서 드디어 한 권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게 돈 주고도 사지 못한다는 초판본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읽다가 김구 선생 기념사업에 뛰어들었고, 결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는 안동대 교수를 하면서부터는 지역 독립운동의 매력적인 역사에 다시 한번 푹 빠졌다.

“그거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독립운동이 일어난 지역이 안동이란 사실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던 그해 안동에서 전국 최초로 의병이 일어났습니다. 또 있습니다. 독립유공자로 포상받은 사람들 중에 안동 출신이 인구비례로 보면 가장 많습니다. 무려 341명입니다. 인구가 1000만명이나 되는 서울도 300명대인데, 엄청난 숫자 아닙니까.”

향토사를 보면 안동에는 의성김씨 동족마을로 형성된 내앞(川前)마을이란 동네가 있었다. 과거부터 영남 지역의 사대 길지 중의 한 곳이자 500년간 출중한 인물을 많이 내서 인근 하회마을과 비견되는 명문마을이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말했다. “내앞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에 의병을 일으켰거나 만주로 떠나 해외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자체가 없어질 정도가 됐죠. 지금의 하회마을만큼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안동인들은 대의가 뭔지를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직을 맡고 있는 이유다.

▲1954년 대구 출생 ▲경북고 졸업 ▲경북대 사학과 졸업 ▲경북대 사학과 석·박사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편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