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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한번 생각해 보라. 우리는 1950년대 당시 미국의 대외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의 내부 보고서에서 ‘밑 빠진 독’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개발에 실패한 무능력 국가로 평가받았다. 1961년 경제 개발에 착수할 당시까지도 1인당 소득이 연간 82달러로, 당시 아프리카 가나의 1인당 소득인 179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2011년 현재 한국은 환율 기준으로도 GDP(국내총생산) 세계 14위, 1인당 국민소득 연간 2만 3750달러에 달하는 신흥 공업국이 되었다.’
새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말미 ‘경제를 발전시켰듯이 복지도 발전시킬 수 있다’ 편에서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상황을 거론하고, 이제 바야흐로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할 때임을 강조한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장하준·정승일·이종태가 다시 뭉쳤다. 그래서 부제도 ‘장하준·정승일·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이며, 가히 ‘2012년판 쾌도난마 한국경제’ 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책은 한국인 최초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이자 세계적 명성의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및 운영위원으로 있는 정승일, 그리고 ‘시사IN’경제·국제팀장을 맡고 있는 이종태의 대담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함께 펴낸 바 있으니 이번 책은 이후 7년만에 다시 대담을 벌인 것이다.

‘우리는 왜 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하는가’에서 부터 ‘보수도 진보도 월스트리트를 선망한다’‘가장 좋은 FTA 대책이 바로 복지국가다’‘복지는 우리모두를 위한 공동구매다’‘노동도 부동산도 결국 복지문제다’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와 한국사회가 나아갈 이즘(ism)을 샅샅이 훑으며 숨가쁜 격정 대담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들은 철 지난 좌우파 자유주의가 한국경제의 대안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어 당면 경제문제의 해결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강고한 지향에서 나오며, 복지는 시혜나 2차 분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산과 분배의 선순환시스템이라고 역설한다.

이들은 또 생산적 복지, 보편적 복지를 하자면 당연히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숫자를 제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설득력을 더한다. 궁극적으로 책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둘러싸고 벌이는 백가쟁명식의 진단과 처방은 결국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빈부격차 심화와 양극화 문제를 악화시킬 뿐임을 준엄하게 경고하면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윤림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