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가격 내립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이마트 청계점 와인 매장에 15일 0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동시에 미국산 와인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물량확보 비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 이마트 해외구매 담당 바이어 이종렬씨는 FTA 발효로 계절관세율(3~9월 동안만 50% 대신 30% 적용)을 적용받는 오렌지 물량확보를 위해 밤낮없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다.

이씨는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쉰 목소리로 “FTA 효과를 감안해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물량을 예년보다 2~3배 늘려 준비하는 데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오는 5월 물량까지 사둬야 하기 때문에 유통업계에 오렌지 확보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15일부터 2~3주 동안 미국산 와인과 주스, 과일, 수산물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행사에 일제히 돌입한다.

반면, 미국 유명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컬럼비아스포츠웨어·나이키 등은 “FTA 발효에도 가격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대조적인 양상이다. 노스페이스 국내법인 관계자는 “제품 생산을 동남아에서 한다”며 “원산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관세인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산지가 미국인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등과 같은 미국계 기업도 이번 FTA 발효에도 가격인하 계획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가격 정책 변화에 대해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의류의 경우 13%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며 “미국산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가격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관세 인하로 수입업자 배만 불리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국산 의류 수입사들의 한미 FTA 발효와 무관한 듯한 영업전략 탓에 백화점 업계도 의류, 핸드백 등 패션 상품의 가격인하나 별다른 판촉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소고기 가격은 기상 이변에 따른 사육두수 감소로 현지 가격이 10%가량 오른 데다 관세 인하 혜택도 첫해 40%에서 37.3%로 2.7%포인트 떨어지는데 불과해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입 소고기 중 미국산 판매 비중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노기섭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