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를 기해 공식 발효된다. 하지만 야권이 한미 FTA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법률안을 대거 제출한 상태인데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이유로 한미 FTA 반대를 주장하는 등 정치권의 발목잡기로 갈 길은 멀기만 하다.

1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컬러 TV, 캠코더, 합성수지. 섬유 등 9061개 품목(전체 품목의 80.5%)에 대한 미국측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관세 철폐로 향후 15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연평균 1억3800만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산 의류와 신발, 치즈, 와인 등에 대한 우리측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승용차와 과일 등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면서 소비자들의 혜택도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커다란 경제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한미 FTA의 순항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야권이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하고 서명했던 한미 FTA를 선거용 정략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한미 FTA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현재 민주통합당(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연대를 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체결·비준한 한미 FTA의 시행을 전면 반대한다’고 못박은 상태다. 총선과 대선 후 한미 FTA가 파행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은 이미 한미 FTA를 위해 개정된 법을 다시 원상복귀시키는 내용의 법률안 14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국회는 한미 FTA 시행에 맞춰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지방세법 일부 개정법률안’, ‘약사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 14개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이 법률안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특별긴급관세 부과 면제, 자동차세 변경, 특허침해 의약품 시판 방지 등 한미 FTA의 원만한 시행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 14개 이행법안을 모두 원상복귀 시키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대거 제출했다. 이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또 야당은 ISD 조항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ISD 조항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합의됐던 내용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민주당 등은 독소조항이라며 한미 FTA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다.

현정택(국제통상학) 인하대 교수는 “협정이라는 것은 국가 간의 신뢰의 문제인데 한미 FTA폐기라는 말을 쉽게 하고 있다”면서 “국가 간의 신뢰를 지키고, 기업들에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정치권에서 폐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협정이든 추진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보완할 것이 필요하게 된다”면서 “야당 등에서 문제삼는 ISD 조항 등도 한미 FTA 시행 후 위원회 등을 열어 논의하면 될 문제이다”고 덧붙였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