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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씨는 보수근본주의 정치사회평론가로 유명하지만 25년 전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했고 그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왔다. 특히 그의 소설이 공상과학 및 팬터지 소설계의 주류라는 사실은 이채롭다.

그는 서른 일곱살 때까지 ‘방랑자’처럼 살았다. 맑은 날에는 산뜻한 바람이 좋아서, 흐린 날엔 주룩주룩 흐르는 빗줄기에 홀려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중소기업은행을 거쳐 한국과학연구원 부설 선박연구소에 들어갔고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그는 결혼 6개월 만에 연구개발실장이라는 자리를 버리고 등단하기까지 4년간을 오로지 글쓰기에만 몰입했다.

마침내 그는 1987년 3월 ‘비명을 찾아서’라는 SF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엔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하지 않고 단행본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당했다. 그러다 문학평론가 고 김현의 눈에 띄어 기적적으로 등단했다.

그의 처녀작은 순수문학 진영과 SF 소설계 양쪽에서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그가 쓴 소설 중 부녀관계가 근간을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명의 찾아서’에서는 주인공이 딸을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고, 단편소설 ‘서울 2029년 겨울’에서는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로 태어난 딸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찾으러 가기도 한다.

2009년에 발간한 에세이집 ‘서정적 풍경’은 무남독녀인 조이스 진(본명 복은조)이 직접 삽화를 그렸고 앞서 2007년 발간한 ‘그라운드 제로’에서도 부녀가 함께 작업했다.

▲1946년 충남 아산 출생 ▲우송고 ▲서울대 상대 ▲중소기업은행 근무 ▲1975년 한국과학연구원 부설 선박연구소 연구개발실장 ▲1987년 장편소설 ‘비명을 찾아서’로 등단 ▲1994년 사회평론집 ‘진단과 처방’ ▲1995년 시집 ‘오장원(五丈原)의 가을’ ▲1997년 산문집 ‘소수를 위한 변명’ ▲2002년 소설 ‘목성 잠언집’ ▲2003년 산문집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2006년 문화미래포럼 대표 ▲2008년 사회평론집 ‘경제적 자유의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