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형에게 돈을 뺏기고 맞으면서 분풀이식으로 또래들을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나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 2층 소회의실에 마련된 ‘학교폭력 예방 특별교육’에 참석한 A(16)군은 한 장의 ‘반성문’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했다.

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A군의 범죄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동네 중학교 형으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등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A군은 어느 순간 ‘가해자’로 돌변했다. 친구들의 가방에서 몰래 돈을 훔치거나 약한 친구들만 골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학습태도도 좋지 않아 교실의 ‘물’을 흐리는 문제학생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해 장애를 가진 또래 여학생을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A군은 선도조건부 불입건 처리가 돼 선도 프로그램인 ‘사랑의 교실’에 참석하는 등 최근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A군은 “내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 많다”며 “6학년 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폭력을 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하진 않았을 텐데 깊이 반성한다”며 ‘새사람’이 될 것을 다짐했다.

이날 학교폭력 예방 특별교육에는 A군뿐만 아니라 지난해 교내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동급생이나 후배들을 상대로 돈이나 고가의 물건 등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서 조사를 받게 된 ‘학교폭력 소년범’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례와 심각성, 법적인 처벌 수준 등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진지하게 관람하며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

인근 중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하다 상대 학생의 팔을 부러뜨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던 유모(15)군은 “친구들과의 싸움이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선도교육을 받으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입건됐던 양모(16)군도 “최근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접하면서 ‘나도 저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가해자로 남아 높은 재범률을 보인다”며 “한 번 처벌을 받았던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선도가 필요하다”며 특별교육의 취지를 밝혔다.

윤정아·유현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