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와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이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지 못하고 붕괴될 경우 한국이 막대한 통일비용 소요로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에 필요한 재원 구축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통일부가 내놓은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인 2020년에 통일이 이뤄질 경우 총 379조2000억~1261조1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기획위원회도 북한 급변 사태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남한 수준으로 올리는 데 향후 30년간 2조14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통일재원 마련 방안은 남북 협력기금 불용액을 중심으로 별도의 통일계정을 마련키로 하는 등 가닥만 잡은 상태다. 이처럼 통일 대비 재정 여력이 부족해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재정건전성 타격과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제목의 보고서에서 “급격한 북한 체제 붕괴시 상당 기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가신뢰도 하락과 자본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북한이 조기 붕괴돼 북한 경제를 유지하는 부담이 우리 경제에 떠넘겨질 경우 1차적으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갑작스레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신용등급도 몇 단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한 통일비용 조성 등으로 중장기 재정여건이 불투명하다”며 “최소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일비용 조성은 중장기 재정건전성 유지에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신동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한 주민을 남한의 4인 가족 최저생계비에 맞춰 지원할 경우 남한 경제의 1년간 부담 비용은 국민총소득(GNI)의 13.4%, 조세수입의 71.3%”라며 “북한 체제의 붕괴가 나타날 조짐이 생길 경우 한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북한 정권 붕괴 등 지정학적 위험은 한국에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가져와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 역시 “북한 붕괴시 한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통일비용 지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우려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