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27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전략대화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대한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북한이 거의 합의 상태에 이른 6자회담 재개 방안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략대화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중 양국 사이의 첫 고위급 대화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의견 조율이 급선무다. 한반도와 주변 4강이 한반도 안보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북한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양국은 ‘김정은 체제’의 관리 방안에 대해 공감대 형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전략대화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사후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중관계가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양국의 협의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지도 관심거리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했지만 형식적인 소통에 그쳤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전략대화에는 우리 정부에서는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중국에서는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양국 외교부의 지역국·기능국 관계자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재개 방안도 이번 전략대화의 중요 주제가 될 전망이다. 북·중과 한·미·일 사이에 의견 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이번 전략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내년 1월 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 단계 진전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성격을 놓고 양국의 인식 차가 컸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미는 북한의 영변 UEP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국은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 UEP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논의를 진행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이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논의의 진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는 당초 이번에 열릴 전략대화의 핵심 의제였다. 특히 이 문제는 김 위원장 사망 직전까지 양국간 외교 마찰로 확대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