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남측 정부 차원의 공식 조문단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조문단 파견을 요청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남북 관계 새판짜기 시도’와 ‘남남갈등 조장 수단’이란 상반된 해석이 제기된다.

26일 대북소식통에 의해 전해진 북한의 남측 정부의 조문단 파견 요청에 대해 우선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국면을 활용해 남북 관계 재정립을 위한 긍정적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는 낙관적 해석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대남 관계에 대한 새 판을 짜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 일각에서도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대북 관계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3월과 11월에 각각 발생한 천안함 침몰·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이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5·24 대북제재 조치로 인해 경제적 타격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국면을 활용해 남북 관계 개선과 동시에 제재 압박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19일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발표하자 남측 내에서는 조의·조문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 여야 간의 입장이 충돌했다. 또 인터넷상에서도 조의·조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무현재단도 김 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 의사를 시사했지만,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지난 21일 직접 노무현재단을 방문해 허용 불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재단 측의 방북 조문은 무산됐다. 민간 차원의 조의문 발송 여론이 확산되자 통일부는 21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의문 발송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조문 여부가 남측에서 이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북한이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 요청을 또다른 남남갈등 조성 카드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태도 변화 조짐이) 당장은 안 보인다”며 “하루 아침에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지 마라”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