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김정은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체제를 조기에 안정화시키기 위한 6자회담의 신속한 개최가 긴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외교협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2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중 양국도 27일 서울에서 차관급전략대화를 개최,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 및 한·중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지난주말 방중, 중국측 전문가들과 김 위원장 사후 대책을 협의한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은 북한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중국은 6자회담 조기 개최를 위해 경제 및 식량지원에 나설 것이고 이 같은 의지를 6자회담 관련국에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공통 이익에 부합된다”면서 “유관 각 측이 대화와 협의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촉진할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도록 공동 노력을 지속하자는 데 입을 모았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중국의 이니셔티브로 진행되는 6자회담 조기 재개 노력은 27일 한·중 차관급전략대화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2~23일 중국을 방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김정일 사후 한·중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임 본부장은 회동 결과에 대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있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한·중 양국이 완전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지난 20일 전화통화에서 김정일 사후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6자회담 관련국들이 이처럼 김 부위원장 체제 조기 안정화 쪽에 역점을 두며 6자회담 조기 개최에 주력하는 이유는 김 위원장 사후 북한 체제가 불안정 상태에 빠질 경우 핵물질 및 대량파괴무기(WMD) 등의 국외 유출 위험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루가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25일 CNN에 출연, “김정일 사망 후 중국 당국이 북한을 자국의 1개 주로 여기게 되는 일이 발생할지, 아니면 탈북사태의 확대 상황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가장 위태로운 일은 북한이 경제위기로 인해 핵물질 및 핵무기를 제3국에 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