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인 선장과 격렬히 싸웠다고 하더라. 목숨 건 긴급한 상황이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린 이낙훈(33) 순경은 13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하대병원 일반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실에서 만난 이 순경의 형 이학돈(35)씨는 “위험한 현장에서도 늘 먼저 앞장서는 동생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아주 긴박한 순간이었다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13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천해양경찰서 경비함 3005함이 서해 소청도 남서쪽 87㎞ 해역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 2척을 발견한 것은 12일 오전 5시40분쯤. 3005함 소속 해경특공대원 16명은 오전 6시 모함에 탑재된 고속보트 2척에 10명, 6명씩 나눠 타고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향해 출동했다. 최대 시속 80㎞에 이르는 보트들은 약 1㎞ 거리를 질주해 중국 어선 2척 중 루원위 15001호(66t급)에 접근했다.

보트들이 주위를 맴돌며 정선할 것을 명령했지만 불법 어선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작전이 시작됐다. 오전 6시25분 보트 1호에서 방검조끼를 입은 이청호(41) 경장 등 특공대원 9명이 진압봉, 전기충격총 등 장비를 갖추고 중국어선에 올라 타기 시작했다. 중국 선원들은 갈고리, 손도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해경대원들은 섬광폭음탄을 발사하며 승선에 성공했고, 30여분에 걸친 진압작전 끝에 선원 총 9명 중 8명에 대한 제압이 완료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평 남짓한 조타실에 있던 선장 청모(42)씨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심하게 저항했다. 문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워지자 대원 5명은 조타실 지하 선실로 접근하기로 했다. 오전 6시59분 이 경장이 제일 먼저 출입문을 부수고 조타실에 들어섰다. 중국 선장은 흉기를 휘둘렀고 이 경장은 왼쪽 옆구리를, 뒤따라 들어온 이 순경도 복부를 찔렸다. 해경은 즉각 인천 영종도 기지에 있던 헬기를 출동시켜 이 경장과 이 순경, 부상을 당한 중국선장 1명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경장은 장기 파열 및 과다출혈로 오전 10시10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해경이 나포한 루원위호는 3005함 후송 아래 13일 오전 1시30분쯤 인천항으로 압송됐다.

인천 = 정철순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