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비극의 선장실 깨진 유리창 1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 부두로 압송된 중국어선의 선장실에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해양경찰관이 깨진 유리창을 보고 있다. 인천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중국선장의 해경특공대원 살해사건을 계기로 ‘조용한 외교’로 불리는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늘어나고 이들의 폭력도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위험을 의식해 소극적 자세로 대응하면서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 외교부가 12일 공식 브리핑에서 아무런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중 간 외교갈등 요인이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태도는 180도 달랐다. 중국은 무례할 정도로 위협적인 언사를 동원해 자국 이익 보호에 나선 반면 한국 정부는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게 상황을 통제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0월23일 목포 해경이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허가증 없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했을 때 중국 정부는 다음 날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한국 측이 ‘문명적인 법 집행(文明執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 집행 과정에서 중국 국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적반하장 식으로 나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 송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중국 정부에 북송 중단을 요구하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게다가 이 같은 조용한 외교는 남북관계 등에서 중국을 한국에 우호적으로 만드는 성과를 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인상만 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내세우며 경제적 이익 확대에 주력하면서도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북한 편을 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大國)’으로서의 의무를 지키도록 정면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아무리 중국이 강대국이라고 해도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 같은 원칙을 내세워 당당하게 대응해야 양국간 건강한 외교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당당한 외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염려한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우리 영해가 무법천지가 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불법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