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중국선장의 해경특공대원 살해사건을 양국이 논의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에 연계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경살해사건은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향후 사태의 추이가 한·중이 논의 중인 이 대통령의 방중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와대는 물론 외교통상부 내에도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보고 대통령의 방중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해양 경찰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라”며 “관계 부처가 협의해 근본적인 대책을 이번 기회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외교적인 것은 외교적으로, 국내적인 것은 국내에서, 해경 자체 문제는 해경에서 실질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은 외교통상부와 국토해양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단속 인력·장비를 보강하고, 효율적인 단속방안을 강구하는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해양경찰 인력과 경비함정을 확대해 서해 경비체계를 강화하기로 하고, 당장 내년에 해경 인원을 늘리기 위해 해양경찰청,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12일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도 공식 브리핑에서 아무런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한 목소리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성토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국 외교부는 사건 브리핑에서 우리 해경에 대한 위로와 사과의 언급이 없었다”며 “중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실효적 조치를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국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자국 선원을 철저히 단속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외교적 노력 외에 해경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