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리바게뜨 대치행복점에서 점포 직원들과 파리크라상 본사 직원들이 새롭게 출시된 케이크의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냉장 진열대 밑의 쇼트케이크 매대 위치를 바꿔보면 어떨까요”(파리크라상 직원) “롤케이크 옆이 좋을까요?”(유영희 점주)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리바게뜨 대치행복점. 유영희(여·44) 점주와 운영회사인 파리크라상 직원들은 매장에 둘러앉아 새로 나온 팬케이크를 고객들에게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묘안을 찾고 있었다. 한참을 논의한 결과 결국 파리크라상 직원의 제안대로 쇼트케이크 매대의 위치를 바꾸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당일 판매실적을 분석하자 신제품 판매량은 전날보다 20%나 늘어 있었다. 유 점주는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상품이 잘 팔릴지 예단할 수 없는 부담을 감수하고 신상품 시범판매 점포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생각해 보면 매우 잘한 일 같다”며 “판매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상품 포장과 진열에 대한 컨설팅을 받으면서 이론적으로 학습한 각종 판매기법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전에 적용해 볼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86년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국내 최초로 ‘유럽풍 베이커리 문화’를 표방한 제과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선보인 SPC그룹은 올초 새 비전과 8월 중장기 성장전략을 잇달아 발표, ‘상생과 동반성장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특히 올 2월 발족된 ‘파리바게뜨 상생협력위원회’는 전국 3000여 가맹점을 대표하는 대표단 40여명과 회사 임원진이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직접적인 의사소통 창구로,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가 직접 참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표가 참여하는 만큼 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은 즉시 현업에 반영된다.

지난 8월 열린 위원회 자리. 가맹점주들은 “우유 제조사들이 월요일에 우유를 출하하지 않으니까 본사에서 일요일에 출하된 우유를 보관했다가 월요일에 가맹점으로 일괄 배송해달라”는 내용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SPC는 즉시 본사 정책을 바꿔, 이틀 동안 개별 점포에서 우유를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원회를 통해 각 점포의 인테리어 변경이나 리뉴얼 공사 업체는 본사가 아닌 점주가 원하는대로 선정할 수 있도록 본사 정책이 최근 바뀌기도 했다.

SPC그룹은 또한 지난 8월 동반성장 정책 발표 이후 기존 가맹점주를 최대한 배려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무엇보다도 신규 점포 출점 시 인근 점주와 우선 협의하고, 신상권 중심으로 점포를 개발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신규 점포 출점으로 인근 점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을 진행한 뒤로 신규점포 개점 수는 이전보다 20%나 줄었다. 지난 10월에는 신규점포 출점 수가 ‘제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규점포 출점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출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고충처리위원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SPC그룹은 또 인테리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장 후 60개월이 지난 뒤에 리뉴얼하는 것을 원칙으로 최근 정했다. 이와 함께 각 가맹점주의 전문성을 높이고 점포의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한 교육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경영 전반의 지식을 배우는 ‘점주 MBA 과정’은 올해로 3기째를 맞고 있다. 4개월 동안 이 과정을 이수하면 인간관계 및 점포관리, 창업, 세법, 마케팅 등 점포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교육기간 동안 점포를 비워야 할 경우에는 본사에서 대체 근무직원을 보내준다. 현재까지 총 수료인원은 64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점포 운영 이론과 서비스, 제조실습 등으로 이뤄진 슈퍼 스타트 교육과정 이수자 수는 올 4월부터 지금까지 총 73명이다.

해외 우수 컨설턴트를 통한 점포 운영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맹점 대표와 판매사원, 베이킹 매니저 등이 인터넷을 통해 매장운영의 필수지식을 배울 수 있는 ‘가맹점 사이버스쿨’ 등도 운영 중이다. 가맹점 사이버스쿨과정은 현재까지 무려 8000여명이 이수했다.

SPC그룹은 2007년부터 주요 금융기관과 연계해 85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론(미래채권담보대출)을 운영, 협력사 긴급 자금 지원 요청 시 최고 납품 대금의 60%까지 선지원 하고 있다.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는 “브랜드의 외형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각 가맹점의 내실을 키움으로써 모든 가맹점을 지역 내 1등 점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관범·노기섭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