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데….’ ‘말 잘하는 줄 알았더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여권 단일후보인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아침 일정을 거의 잡지 않아 표심잡기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경우는 TV토론과 대중연설에서 흡인력이 부족했던 점이 선거운동 기간 드러난 약점으로 꼽힌다.

나 후보는 지난 13일 0시 동대문 의류상가 방문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나 후보의 일정은 새벽부터 밤까지 시민과 만나는 강행군과는 거리가 있었다. 첫 주말이었던 지난 15일 나 후보의 첫번째 일정은 오전 10시30분 ‘서울 지하철노사 한마음 체육대회’ 참석이었다. 이후에도 나 후보의 아침 일정은 대부분 라디오 인터뷰였다. 특히 선거운동의 필수항목과도 같았던 출근인사가 거의 없었다. 17일 라디오 인터뷰 다음 일정이 오후 12시 노숙인 점심봉사였던 것을 비롯, 라디오 인터뷰 이후 오전 11시 전후까지 일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5일에야 오전 5시30분 송파구 가락시장 방문 등 11개 일정을 잡으며 막판 ‘피치’를 올렸지만, 이날 박 후보가 0시부터 25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조차 “당에서 일정을 좀 늘리라고 했는데 캠프에서는 말을 안 듣더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판에 처음 뛰어든 박 후보는 TV토론을 매우 중시해 캠프 정책담당자들과 TV토론 준비팀원들을 모아놓고 세부적인 정책내용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 등을 하나하나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가 있는 날에는 오후 일정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TV토론에서 나 후보의 공세에 밀렸고 자신의 비전을 알리는 데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중 연설에서도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며 열변을 토해야 하는 대목에서 평소 조용조용한 스타일과 맞지 않아 다소 어색했다는 지적이 캠프 내에서도 나온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정치 초년생이 갖는 어색함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시민운동가처럼 하다 보니 유권자에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