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권도 ‘10·26 재·보궐선거’를 승리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울시장을 차지해야 한다. 야권은 여기에다 11개 기초단체장 선거 중 비(非)영남 지역 6곳을 싹쓸이하고 부산 동구청장 선거까지 이긴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고 전북 남원시장, 순창군수까지 무소속 후보에게 내준다면 야권에서는 심각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모두 승리의 공(功)을 가져갈 수 있게 돼 향후 야권통합과 대선 경쟁 흥행에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끌면서 민주당의 조직표를 결속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선거 막판 등장해 집중 조명을 받았기 때문에 박 후보보다 더 큰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부산 동구청장과 강원 인제군수 선거에서 승리하면 각각 문 이사장과 손 대표에게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부산에서 문 이사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로 남게 되며 강원도에서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손 대표도 인제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긴다면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충남 서산시장, 충북 충주시장 등을 야당이 가져간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선 상황에서 충청권 승리를 일궈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자당 후보를 못 냈다는 점은 선거 후에도 계속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다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민주당과 시민사회 간의 책임 공방으로 야권 통합도 어려워질 수 있다. 안 원장도 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여권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012년도 예산안 처리 등 중요한 현안 대처에도 힘 한번 못 써 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전북의 민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3등을 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 상황에서 전북 기초단체장 두 곳도 모두 민주당이 진다면 전통적 지지층마저도 크게 흔들린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