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인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 등 11개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 등 모두 42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텃밭인 영남권 대도시의 부산 동구청장, 대구 서구청장 선거를 가장 관심지역으로 꼽고 있다. 수도 서울의 수장을 뽑는다는 상징성과 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 대도시에서 바닥민심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당사자인 나경원 후보다. 그는 차차기 대통령 선거 당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당내 여성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만에 지원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도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된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선거 초반 열세로 분류돼 직접 방문해 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과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영남권 맹주의 자리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홍준표 대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7월까지 대표직을 보장받게 된다. 이럴 경우 홍 대표는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어 당권을 사실상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시장을 비롯, 부산 동구청장과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하거나 서울시장과 영남권 1곳에서 패배할 경우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당 분위기가 잡혀가면서 책임론 등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3곳의 선거에서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부산 동구청장 정도밖에 없다.

24일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 지원 유세 일정에도 없던 대구를 방문한 것도 이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당 자체 판세분석에서도 부산 동구청장 선거만 우세로 평가하고 서울시장, 대구 서구청장 선거는 경합지역으로 각각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제일 먼저 당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 등이 책임론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 나설 수도권과 영남권 후보들이 변화와 쇄신을 다시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도 위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에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영남권에서도 패배할 경우 ‘지역 맹주’라는 위상에도 흠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이번 재·보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결과로 인해 당내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패배해 책임론이 대두될 경우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있어 그 불똥이 어디로, 어느 선까지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