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LED 유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24일 밤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작동하는 전자 포스터를 목에 걸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를 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범여권 단일후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무소속 후보 진영 모두 선거전략이 일관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등 곡절을 겪었다.‘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던 박 후보측은 중후반부터 대대적인 ‘나경원 검증’ 공세로 돌아섰고, 시종일관 ‘박원순 검증’에 집중하던 나 후보측과 한나라당은 막판에 ‘네거티브’ 지속 여부와 대규모 집회 개최 여부를 놓고 의견차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박원순 검증’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박 후보측은 지난 3일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부터 13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할 때까지 열흘간 병역, 학력, 모금운동 등에서 융단폭격을 받았다. 초기에 20~25%포인트 앞서던 지지율은 엇비슷하거나 일부 지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은 나 후보에 대한 역 네거티브 공세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박 후보는 강하게 거부했다. 이후에도 1주일 정도 집중 포격을 당하다 19일부터 선거 전문가들인 민주당 출신들이 시민운동 출신들을 대체해 캠프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나 후보에 대한 역 검증을 실시했고 그때부터 공세의 고삐를 잡기 시작했다.

우상호 선대위 대변인은 19일 나 후보 부친 학교의 감사배제 청탁, 부친 학교 교사들로부터의 정치후원금 수수, 서울대 법학 박사 허위학력기재, 평균 3000만원 이상 가는 2캐럿 다이아몬드의 700만원 축소 신고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변호사 시절 탈세의혹, 고가의 강남 피부클리닉 출입 의혹 등을 지적하며 ‘1% 상류층’후보라는 낙인찍기를 시도했다.

초기부터 ‘박원순 검증’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한 한나라당과 나 후보측은 막판에 ‘네거티브만으로론 안 된다’며 큰 정책적 제안을 ‘터트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새로운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검증공세의 힘만 스스로 빼버리는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 지난 주말부터 “박원순 검증 공세로 중도층과 무당파, 40대의 박원순 지지율을 많이 빼냈지만 승리하려면 나경원 스스로의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며 “나경원의 목소리가 담긴 긍정적인 정책적 제안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부 당직자들과 나 후보 선대위는 박 후보에 대한 검증공세를 계속했고, 일각에선 “네거티브 외엔 할 게 없다”고도 했다. 따라가는 도전자 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세과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나왔지만 나 후보측은 낮은 자세의 소규모 길거리 대민 접촉이 더 효과적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 핵심당직자는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동원이 가능한 박 후보측과 달리 여권은 조직동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자금은 많이 드는 반면 효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인위적인 대규모 동원보다 조용한 선거를 선호하는 것도 막판에 대규모 유세 개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김세동·김병채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