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그리스 1차구제금융 6차분 80억유로의 집행일정을 전격적으로 연기하면서,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사태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 같은 우려를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 4일 아테네에서 로이터통신 등 내외신과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중순까지는 버틸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10월 중순쯤이면 돈이 바닥난다”면서 초순쯤 80억유로가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는 다급했던 입장에서 다소 물러난 것. 그는 “디폴트 시나리오는 없다”며 “지금 이슈는 6회분이 아니라 2014년까지 약속한 중요한 (긴축 조치) 결정들의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유럽 주요증시는 평균 3% 급락했고, 그리스 아테네 증시는 전일대비 6.3%나 빠져 지난 1993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하는 등 디폴트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스가 과연 디폴트를 맞을 것인가에 대해선 유로존 당국과 시장 간에 상당한 입장차가 있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4일 13일 회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일정변경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채무상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말처럼 그리스가 이달중 만기도래하는 40억유로를 막아 버텨낼 수만 있다면, 11월 초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의 승인을 얻어 6차분 80억유로를 수혈받아 한고비를 또 넘길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긴축재정만으로는 빚구덩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라고 AP통신은 4일 보도했다.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은 물론, 미국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그리스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참여(PSI)를 확대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융커 의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PSI에 관련해선 지난 7월21일 (2차 그리스 구제안) 결정 이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논의 중인 것은 기술적 수정(technical revisions)”이라고 밝혔다. 또 “집중적으로 토론한 결과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 그리스에 109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민간채권단의 고통분담을 결정한 바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