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심각한’ 한·미 경제 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마친 뒤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다.

신용등급강등 도미노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규모인 이탈리아는 지난 9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당한 데 이어 4일 무디스로부터는 무려 3단계나 강등되는 굴욕을 당했다.

무디스가 이탈리아에 새로 부여한 A2등급은 ‘정크등급’보다는 5단계나 높지만, 동유럽의 에스토니아의 A1보다도 한단계 낮은 것이다. S&P의 이탈리아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7개등급 중 6번째인 A이며, 피치 등급은 AA-이다. 앞서 3대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미국,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다음 차례는 유로존 2위 경제대국 프랑스, 벨기에란 설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는 지난 6월20일 향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예고한 지 약 3개월반만이다. 지난 9월19일 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조치를 발표하기 전인 17일에도 무디스는 “한달 이내에 이탈리아 등급평가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디스가 이탈리아 등급을 한번에 3단계나 낮춘 것은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이르지만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 긴축재정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올해부터 2013년까지의 성장전망을 새로 발표하면서 올해 목표치를 당초 1.1%에서 0.7%로, 2012년은 1.3%에서 0.6%로, 2013년은 1.5%에서 0.9%로 낮췄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의 올해 성장률을 0.6%, 2012년은 0.3%로 전망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행정부의 경제전망이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가 당장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사태를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보다는 그리스 리스크(위험)에 노출된 민간자본이 적은 데다가, 정부와 시장도 무디스의 발표에 대해 “당초 등급 하향조정이 예상됐던 만큼 리스크는 이미 반영된 상태”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각종 성추문과 재판 등 ‘정치리더십 붕괴’로 인해 경제위기를 이른 시일내에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