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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3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에 따라 한·미FTA 비준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미 백악관과 의회는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앞서 의회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미 경제계에서도 4년반을 끌어온 한·미FTA 절차가 이 대통령 방미 전 마무리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측에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미국 의회 상황에 맞춰 우리도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회기 중인 ‘10월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FTA법안의 ‘재재협상’을 주장하며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여당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척되느냐가 관건이다. 10월 처리가 가능할 경우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FTA는 4년반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한·미 양국 의회비준절차를 마치고 연내 발효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성명을 통해 “의회에 제출한 일련의 무역협정들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들 것이며 우리의 수출을 크게 신장시킬 것”이라면서 의회에 즉각적인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3개국과의 FTA이행법안 중 한·미FTA에 집중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경우 경제규모가 작아 경제적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미국이 무역규모 12위의 무역대국인 한국과 FAT를 맺는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4일 “오바마 대통령은 5년 가까이 정치적 림보(망각) 상태에 빠져 있던 조지 W 부시 - 노무현 정부 때의 합의를 한국 측의 추가양보를 통해 살려냈다”면서 “한·미FTA 등 3개 FTA이행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경제를 성장시키고 수출을 증대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한·미FTA에 회의적이었으나, 한·미FTA가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확신 속에 적극적인 추진론자로 변모했다.

백악관도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띄우기에 적극 나서며 의회의 조속한 비준 필요성을 강조하고나섰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발효 시 매년 130억달러 이상의 수출 추가 증대 효과와 함께 제조업과 농업, 서비스업 부문에서 수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한국과의 FTA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호놀룰루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공식화할 미국의 태평양파트너십(TPP·Trans - Pacific Partnership)의 핵심적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한·미FTA는 미국이 그간 체결한 9 ~ 10개 FTA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큰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백악관이 제출한 한·미FTA 이행법안 등은 하원의 주무 상임위원회인 하원 세입위에서 위원장이 심의 개시를 선언한 후 48시간이 지나야 심의, 표결되며 그로부터 48시간이 지나야 하원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 이 경우 하원 세입위의 한·미FTA 이행법안 표결은 5일 저녁, 하원 본회의 표결은 7일 저녁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7일이 하원 휴회일인데다 10일은 공휴일인 콜럼버스의날이기 때문에 하원본회의 표결은 11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원 표결 후 곧바로 상원표결이 진행될 경우 11일, 하루 뒤에 진행될 경우 12일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 소식통은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 한·미FTA 비준동의 완료 가능성에 대해 “어렵지만 아슬아슬하게 가능할 수도 있다”(tough, but close)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