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저성장세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위기 경영’, ‘내실 경영’을 화두로 짜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리스크(위험) 관리’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는 9월말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 전망을 토대로 ‘2012년 경제·경영환경 전망’을 계열사에 내려보낼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내년도 주요 산업 환경이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의 화두를 ‘위기재발 방지책 마련’, ‘저성장 체제에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체질 확립’, ‘세계 각국의 규제강화에 대비한 대책 강화’ 등 3가지 키워드로 정하고 경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중국과 함께 핵심 전략지역인 미국과 유럽이 각각 경기둔화와 재정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실 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년 예산과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글로벌 금융불안 요인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위기 때 판매비중이 높아지는 소형차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함께 감안한 경영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LG경제연구원의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계열사에 전달한 뒤 회사별 경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인 LG그룹도 내년 경영 환경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이지만 치밀하게 짜는 한편 위기 상황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 탄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립할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간 경영계획을 2 ~ 3개월 단위로 쪼개 단기 경영체제로 전환한 SK그룹도 매년 12월 발표하던 사장단 인사를 올해는 11월로 앞당기고 내년 경영환경에 대비한 조직개편도 앞당길 예정이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