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석을 앞두고 경북 문경시 동로면 오미자마을에서 일손돕기에 나선 신한은행 직원들이 고추를 수확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문경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무엇보다 반가운 선물입니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다 보니 몇몇 주민들과는 인사를 나누는 사이까지 됐는데 그분들이 직접 땀흘려 수확한 쌀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STX팬오션 총무팀에 근무하는 박경태(31) 대리는 올해 추석을 맞아 회사에서 명절선물로 쌀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STX팬오션이 2006년부터 1사1촌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충남 서산시 지곡면 도성마을에서 쌀 60t을 구입해 해상직원 1000여명을 포함한 임직원 1500명에게 나눠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장마가 길어진데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 쌀 선물은 오는 10월 초 일괄 배포될 예정이다.

박 대리는 “지난 6월에도 직원들과 가족들 40여명이 도성마을을 찾아 바지락을 캐는 등 갯벌체험을 했다”며 “고향 같은 마을의 농작물을 구매해 나눠준다니 먹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은 일석이조”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올여름 잦은 비와 이른 추석 탓에 장바구니 물가가 껑충 뛰었다는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1사1촌운동에 참여한 기업들과 기관들은 결연마을의 쌀과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구매해 풍성한 추석을 맞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결연 마을에서 구매한 농산물을 저소득층 가정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하는 기부활동에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추석 명절을 맞아 9월 말까지 ‘한가위 이웃사랑 캠페인’을 실시해 1사1촌 자매결연 마을 112곳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 총 1억5000만원이 투입된 이번 캠페인에서 삼성생명은 올여름 태풍과 수해가 겹쳐 낙과 피해가 큰 농가 지원을 위해 추석선물로 햇과일 구입을 권장하고 각 마을 특산물을 구입했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자매결연 마을에서 구입한 농산물을 150여곳의 지역사회 복지기관에 전달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명절의 풍요로움을 나누는 선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전국 5개 1사1촌 자매결연 마을에서 생산된 특산품을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통해 판매했다. 충북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마을의 사과를 비롯해 쌀, 밤, 배, 단감 등 각 마을 특산품이 3000만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9년부터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통해 자매결연 마을의 특산품을 판매해 어려운 농촌도 돕고 직원들에게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강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신한카드는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을 구매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노인종합복지관과 유락종합사회복지관 등에 기부했다. 또 삼배리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신한카드가 운영하는 올댓쇼핑몰을 통해 임직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소득 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현대증권도 1사1촌 결연마을인 전남 영암군 영암읍 망호정마을의 특산물인 배를 고객 선물로 활용하는 한편 임직원들이 구매토록 했다. 추석 한 달 전부터 임직원들의 주문을 취합한 뒤 마을에서 택배로 회사와 직원들에게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농촌도 돕고 산지 직거래로 시세보다 30~40% 저렴한 가격에 추석 선물을 마련할 수 있어 직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역시 추석을 맞아 1사1촌 결연 중인 강원 홍천군 서석면 청량2리 마을의 특산품인 햇감자, 찰옥수수, 장뇌삼, 토마토, 오이 등을 직거래로 구매했다. 공사 관계자는 “8월 초부터 사내 인터넷 게시판과 포스터 등을 통해 홍보를 한 후 구입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1사1촌운동이 기업과 농민들 간의 거리를 좁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의 1사1촌 결연마을의 농산물 구매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남석·손기은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