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일 경기 이천시 관고동 설봉공원 내 한국도자재단빌딩 전시실에서 만난 백청강씨는 불우 이웃을 위한 기부와 봉사가 삶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천=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만약에 3억원이 또 생기더라도 다시 절반 이상을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제 수입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기부할 생각입니다.” 지난 2일 오후 8시15분 경기 이천시 관고동 설봉공원 내 한국도자재단빌딩 3층 전시실에서 만난, 은빛 장식이 가득한 바지에 표범 무늬 재킷을 걸친 마이클 잭슨 차림의 백청강(22)씨는 기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청강문화산업대학은 자체 멘토링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100 청강 캠페인’에 멘토와 멘티 관계인 김태원(46)씨와 백씨가 재능을 기부하기로 결심한 데 대한 보답으로 김씨를 특임교수로, 백씨를 명예학생으로 위촉하는 행사를 가졌다.

조선족 출신인 백씨는 지난 6월8일 MBC ‘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 상금 3억원 중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의 절반인 4000만원을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등 4개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다.

4000만원은 경우에 따라선 큰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백씨가 지난 5월 말 ‘위대한 탄생’ 참석차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살았던 중국 옌볜(延邊)에서는 아파트 한 채에 맞먹는 거액이다.

그는 이처럼 큰돈을 기부한 데 대해 “최종 우승하기 전부터 1등을 한다면 우승 상금의 절반을 남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기부를 실행할 때 무척 뿌듯했다”고 당시 소감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열악한 환경을 감안할 때 더 많이 기부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달하기 전에는 그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막상 전달한 후에는 당장 이것밖에 도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습니다. 주는 사람 입장에서 4000만원은 많은 돈 같지만 받는 사회복지시설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돈일 수 있습니다.”

백씨가 이런 거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백씨는 어려운 중에도 서로 돕고 사는 조선족 마을에서 자라 힘든 처지에 있는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도 11세 때 가수로서 첫 무대에 올라 17세 때부터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라이브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둘째, 이제 가족이 웬만큼 먹고살 정도로 살림살이가 나아졌고 부모님들도 평소 이웃 돕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백씨는 “어머니, 아버지는 최근 사업이 잘돼 한국과 중국에 살 집을 가지고 계실 만큼 형편이 전보다 좋아졌다”며 “부모님께 4000만원 기부 사실을 제일 늦게 알렸지만 아셨더라도 반대하기보단 적극 호응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씨의 이 같은 기부는 결국 팬들을 감화시켜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MBC와 공동으로 지난 7월1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서 개최한 기부 행사에 참여한 백씨의 팬들은 그의 이름으로 2000만원 상당의 쌀 3.5t과 1000만원 상당의 식품을 기부했다. 이들은 또 방송 출연진과 함께 성금 630만원을 내놓았으며, 이 가운데 100여명은 도시락 싸기 자원봉사에도 참여했다.

백씨는 이 같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팬들과 기부 콘서트 등을 공동 개최할 계획이다.

그는 이와 관련, “제가 받은 무한한 사랑의 일부를 돌려 드리기 위해서라도 제 의견에 동참하는 팬들과 함께 앞으로 기부 행사를 열심히 벌이겠다”고 말했다.

몇천만원을 사회복지시설에 선뜻 내놓기는 했지만 백씨는 근검절약이 오랫동안 몸에 밴 듯했다. 평소 술도 안 마시고 사치도 즐기지 않는다.

‘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 이후 많은 기획사들이 성형수술을 조건으로 계약을 제의해 왔지만 인위적으로 얼굴을 뜯어고치는 데 염증을 느껴 성형수술을 제의한 기획사들은 아예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운전면허증이 없어 ‘위대한 탄생’ 부상으로 받은 K7 승용차를 아직 몰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용돈을 제외하고 번 돈은 전부 다 어머니에게 맡기는데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쓴 용돈이 30만원을 밑돈다”며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4000만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한 후 주위에서 가수 김장훈씨의 기부 활동을 보고 배웠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김씨가 그동안 헌신적으로 기부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진출하기 오래전부터 한중 불우 이웃들을 위해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고 양로원, 고아원 등 어느 시설에 기부해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해 왔다”며 “앞으로 장애인, 노약자, 소외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 이상원 부장대우(전국부)
이천 =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