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서울시 초·중·고교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시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전날 기자회견 후 도봉산 입구에서 많은 시민들을 만났는데 한결 같이 투표에 동참하겠다고 말해 많은 힘을 얻었다”며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봉산 입구에서 만난 수천명의 시민들 중 8할 정도는 ‘걱정하지 마라’, ‘잘 될 거다’, ‘투표에 동참하겠다’고 얘기했다”며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몇 달 동안 분위기가 꾸준히 좋아져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주민투표 동참을 얘기하고 격려해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가 오 시장에 대한 신임투표로 비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민투표가 정책과 인물의 성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임기 4년 동안 완성하고 민선5기부터 본격 실행할 서울시의 지속가능한 복지가 이번 민주당의 선심성 정책에 가로막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오세훈의 지속가능한 자립형 복지와 과잉복지의 충돌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으로 이 갈등을 종결하자는 것이다.”

―내부에서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루어지도록 사퇴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 사실인가.

“오늘은 사퇴와 관련한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시정을 챙기고 주민투표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근하자마자 신청사 공사현장을 찾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급식 관련 식자재 유통 상황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와 시장직 사퇴를 연계하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여당에서 그 같은 논란과 비판이 일부 있지만 그것은 이 투표의 본질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치러질지 모르는 재·보선과 총선, 대선의 책임을 지고 있는 당 지도부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 지금은 마음을 모아서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할 때다.”

―자신의 정치를 위한 결정이라는 비난도 있다.

“한나라당이 망하면 오세훈도 망하는 것 아닌가. 망하려고 선택한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선택한 길이다. 당과 나는 같은 운명이다. 나만 잘되는 길은 없다.”

―오 시장을 여기까지 오게 한 철학적 원동력은 무엇인가.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에 비유하고 싶다. 정치인은 장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항상 나 자신의 진퇴에 무게를 두기보다 원칙이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뿐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