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의 맛’기대돼요 30일 영국 런던 테스코 뉴몰든 매장에서 열린 ‘한국식품전’을 찾은 현지 고객들이 라면, 고추장, 김 등 한국 식품을 살펴보며 밝게 웃고 있다. 런던=사진공동취재단

30일 오후 영국 런던 남서부의 뉴몰든에 자리한 테스코 대형마트 1층 매장. 입구의 가장 목좋은 자리에 한국어와 영어 이름이 병기된 김치라면·새우깡·김·알로에·음료수·장류 등 한국산 식음료 100여종이 진열돼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7월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양측 간의 첫 교류행사인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한국 식품전’이 한 달 기한으로 막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불과 수십m 떨어진 식품 진열대에는 중국어·일본어 등으로 표기된 것만 제외하면 외관상으로 전혀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중국·일본산 김치라면과 새우깡·김·알로에 음료수 등이 식품 코너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한국의 간판 식품조차 중국·일본산 유사품이 일찌감치 영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 매장을 선점한 것이다.

영국 현지의 식품유통 전문가인 최홍식 H마트 이사는 “한국 식품이 한·EU FTA 발효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일본산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만 해도 중국·일본 식품이 전체 아시아계 식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영국에 중국산 식품을 주로 공급하는 3대 중국계 식품유통회사들의 연간 수입은 모두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현지에서 막강한 유통 장악력을 자랑하는 이들 3사가 한국 식품조차 자국 식품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어 자칫 한국 식품이 국적 불명의 먹을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음식을 아는 영국인 수를 10% 이하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 음식은 영국이 홍콩을 거의 100년간 지배하면서 이미 현지인에겐 친숙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번 FTA 발효가 중국과 일본계가 장악해 온 유럽의 아시아계 식품 시장을 재편할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국내 식품업계가 고무돼 있다. 10~30%의 관세가 단계별로 사라지는 등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티브 이얼스 테스코 구매팀장은 “빼빼로 과자의 경우 2시간 만에 동이 날 만큼 영국인들이 한국 식품에 대해 매우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정광영 KOTRA 런던센터장은 “영국 시장 점유율이 40% 이상인 테스코만 제대로 뚫으면 한국 식품의 현지 위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번 식품전을 시작으로 오는 8월28일~9월24일에 영국의 명품 백화점인 해러즈(Harrods)백화점에서도 식품 홍보관을 운영해 한국 식품의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런던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