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피자, 샐러드에 쓰이는 올리브유는 한 해 7000만달러 규모가 유럽에서 수입된다. 1일 발효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재 8%인 올리브유 관세가 5년에 걸쳐 폐지되면 ℓ당 1만원 수준의 가격이 920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와인값도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칠레산 와인과 미국산 와인에 눈길을 줬던 소비자들이 프랑스산 보르도 와인 등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U회원국을 여행하다가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손목시계나 핸드백, 스카프, 머플러, 신발, 가죽벨트 같은 주요 여행자 휴대선호제품도 구매영수증과 원산지 표시만 확인하면 관세혜택을 받게 된다.

한·EU FTA는 이처럼 먹을거리부터 의류, 화장품, 자동차, 여행생활까지 국민소비생활에 걸쳐 시차를 두고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이 집계한 한·EU FTA에 따른 변화 예상 분석자료를 보면, 유럽산 주요 먹을거리인 냉동삼겹살 가격은 프랑스산 냉동삼겹살의 경우 현재 ㎏당 7200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25%(1800원)가 관세다. 하지만 FTA발효로 2.5% 인하되고 10년 뒤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되면 5000원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치즈, 수산물, 와인, 고등어, 굴비, 삼치 등 수산물도 10~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8~13%의 관세가 적용되는 유럽산 의류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의 경우 제조일자와 사용기한이 표기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동차도 완성차와 부품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유럽 여행수요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에서는 유럽 여행객들도 명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홍콩 대신 한국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장바구니와 생활물가는 내려가지만 국내 축산업 등에는 직격탄이 우려돼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 기존 FTA와 달리 쇠고기, 고추, 마늘, 콩 등 국내 초민감품목이 개방되는 데다, 중국산 등 제3국산 물품이 EU산으로 바뀌어 국내에 수입·유통되면 농가피해도 불가피하다.

예진수·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